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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레테] 의례 너무나도 많은 날을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사람이 있다.
    "축하해, 레즈테." 프리스티스는 매년 같은 날짜가 되면 자신의 탄생일에 무심한 여성에게 인사를 건넸다. 마젠타색의 동공이 바람에 나부끼는 검은 머리카락을 따라 훑다가, 이내 고개를 돌린다. "신기하네.""어떤 논리에서?""나는 네 말에 따분한 반응밖에 해줄 게 없는데, 꾸준히 챙겨주는 부분에서." 두 명분의 구두가 여러 합금과 신식 재료를 섞어 조선한 갑판 위를 걸었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흰색의 실험복 사이로 황무지의 모래바람이 노니며 작은 소란을 일으킨다. 프리스티스는 여전히 오해를 살법한 레즈테의 화법에 ...
    샤메 2026.09.28. 04:09
  • [칼파도르] 숨은 감정 찾기 완벽함 속의 오차, 비틀림에서 오는 희열.
    도르네도는 팔짱을 끼고 자신의 동포와 닮은 형상의 껍데기를 바라보았다. 하관부에 새카만 베일을 뒤집어쓴 그것은 공용어의 획을 따라, 기이할 정도의 안광 없는 새빨간 눈동자로 눈앞을 느긋하게 훑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자 그것의 고개가 삐걱거리며 기울어진다. “누군진 몰라도 만용 하나는 칭찬해 줄 수 있겠는걸.” 날숨이 성대를 통과하며 만들어진 다정한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도르네도는 칼파브릭샤의 시선을 따라 표지판을 보았다. 상대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아야 나갈 수 있는 방 “나는 네가 수상한 장난을 쳐놓...
    샤메 2026.07.15. 03:00
  • [외전] 혜안 허나 그것을 가졌음에도 보아서는 안되는 게 존재한다.
    “점술가에요?” —파삭.안쪽에서 얇은 바늘로 도자기를 긁어내는 듯한 기이한 소리가 났다. “재미있겠네. 저도 점술 봐줄래요?” 인간의 호기심은 축복이다. 그렇다면 신의 호기심은? 순진한 누군가의 질문에 오드레아는 이렇게 답한다. 저주, 어쩌면 애정. 의도했더라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아담은 찰나의 이끌림을 따라 어떤 점집에 들어갔다. 다른 가게가 있음에도 굳이 그곳에 들렸음은 어두침침한 벨벳의 인테리어가 꽤 볼만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으며, 용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안에는 깨끗하고 때 타...
    샤메 2026.07.14. 02:33
  • [대타] 은혜로운 그 모든 게 모여 아이의 작은 사회가 된다.
    악의가 선의를 해칠 수 있는가? 정의감에 불타던 신입 시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어떤 마수가 뻗쳐오더라도 반드시 지켜내고 말겠다고. 그는 스스로의 대답에 반박해야만 했다. 악의는 선의를 해칠 수 있다. 범죄자가 불특정 다수를 위험에 빠뜨리기 위해 벌인 소동이, 시민을 구출하기 위해 나선 치안 유지 부대원의 눈을 감길 수 있다. 치안 유지 부대의 누군가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동료를 보았다. 죽어가는 이의 아내 되는 동료조차 폭발음 이후로 좀처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부탁 하나만 하자.”“말하지 마라.”“야, 난 이...
    샤메 2026.07.12. 17:39
  • [겁화] 겁화의 춤 서로의 죽음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무곡이라 할 수 있다.
    삶은 아름다운 죽음을 위해 존재한다. 죽음은 보다 찬란한 삶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살아가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가? 죽음이 다가온 이는 반드시 찬란한 삶을 살아왔는가? 카시티브는 제 남편이 한낱 장작이 되던 날을 기억한다. 결코 아름답지도, 찬란하지도 않았다. 잿더미가 되는 광경은 볼품없었으며 찬란했던 삶은 그 불꽃에 의해 먹칠되었다. 카시티브는 그 순간 인지만 하고 있던 존재를 엿볼 수 있었다. 희끗한 초록빛…. 그게 이녁의 본질이로구나. 촛불지기는 고개를 돌렸고, 마음 한켠에 증오...
    샤메 2026.07.1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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